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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태고사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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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03-16 06:42 조회18,6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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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발간 되는 불교 월간지 '불광'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작년 이맘때의 글이어서 지금과는 팩트가 다소간 안맞는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같은 것 같습니다. 불자들께서 참조 하시라고 야후에 까페에 들러 퍼왔습니다)


[불광 2010.4월호] 캘리포니아 태고사의 진실

이종권/ 월간 불광 미주지사장


1994년 9월 17일, 나는 텐트만 가지고 이 땅으로 이사했다. 물도 전기도 없는 산속에서 혼자 살면서 땅을 일구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이다...나는 '수행을 할 수 있는 한국식 절을 짓는다.'는 목표 아래 불사와 수행을 하면서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눈에 보이는 대로 일했다. - 무량스님 저, 『왜 사는가』

태고사는 무량 스님이다. 숭산 스님의 미국인 제자인 무량 스님이 캘리포니아의 황량한 사막에서 혈혈단신으로 시작하여 성취해 낸 불사가 태고사인 것이다. 무량 스님의 자전적 에세이집 『왜 사는가』를 보면 작업 중 사고로 대못이 손바닥을 관통했던 일, 요리를 할 수 없어 하루 세끼를 과일만으로 때우다가 섬유질 부족으로 치질에 걸려 고생했던 일, 숙소로 사용하던 텐트 안에 비가 몰아쳐 물건을 모두 적셨던 일들이 소상히 기술 되어 있다. 이런 역경을 견디며 만들어진 태고사는 그야말로 고스란히 무량스님의 피땀의 결정인 것이다.

그런데, 무량 스님은 지금 태고사에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량 스님은 2005년 11월 태고사를 떠났다. 그리고 창건주가 떠난 절에는 소문만 무성했다. 무량 스님은 환속을 하였다는 둥, 태고사는 생활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아 유지 되기 힘들 것이라는 둥, 화재가 나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둥, 주민의 민원 제기로 법적 문제가 생겼다는 둥 반갑지 않은 소문들이 지난 수년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했었다.

미주 한국불교계에 있어서 태고사는 불교 중흥의 도화선이었다. 눈 푸른 이방인이 한국불교의 가사와 장삼을 입고 사재를 털어 가며 황량한 미국 땅에 한국식 법당을 짓고 있다는 소식은 국내외의 불심을 깊이 감동시켰고, 급기야는 LA에서도 100 마일이나 떨어진 모하비 사막의 산골짜기에 미주 한국불교 역사상 유례 없는 숫자의 사부대중이 집결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천 이백명이 동참했던 2000년 4월의 요사채 개원식, 1500명이 동참했던 2001년 7월 대웅전 상량식, 그리고 1800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던 2003년 3월 대웅전 점안식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행사는 미주 한국불교에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던지며 불자 대중들의 뜨거운 불심이 무엇을 원하고 지향하는지를 암시했던 일대 사건이었다. 이처럼 이천년대 초반 미주 한국불교계의 각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태고사가 여러 가지 확인되지 않는 소문과 풍문의 진원이 되어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공식적으로 태고사를 떠난 무량 스님은 “만행중”이다. 환속에 관한 소문이 있었고, 심지어는 직접 환계를 하셨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총무원 사회부 국제팀을 걸쳐 총무부로 조회한 결과 “문제없음”으로 확인 되었다. 즉, 무량스님은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조계종 스님 신분이시다.

물과 전기, 그리고 난방에 관련한 태고사의 생활 여건에 대해서도 태고사 바깥의 많은 분들의 걱정이 있어서 짚고 넘어간다. 태고사는 빗물을 받아 생활 용수로 사용하고 태양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사용한다. 그리고 나무를 때어 난방을 한다. 쉽지 않은 여건이긴 하지만 살고 있는 대중들이 큰 불편 없이 씻고 설거지를 할 수 있다. 다만 이곳에선 절약이 미덕으로서가 아니라 실제상황에 대한 예방으로서 실천 되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장소와 다르긴 하지만 절집에 살면서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면, 태고사의 생활 여건이 다른 절에 비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태양열 발전을 하는 만큼 태고사에 사는 대중들의 독특한 점이 있다면, 제발 비는 밤에만 내리고 낮에는 맑은 날씨이기를 바란다는 점, 그리고 주지스님이 유별나게 절전을 강조한다는 점 정도이다.

태고사는 2005년 8월에 화재를 당한 적이 있다. 화재는 실화라는 설도 있고 방화로 추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 것도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이 화재로 뒤뜰에 건자재와 공구를 보관한 창고가 소실 되었고 뒷산 골짜기의 나무들에 피해가 갔다. 불이 나는 바람에 소방차가 들이닥쳤고 이 바람에 조용했던 이 동네가 40여대의 불자동차로 교통이 마비가 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화재의 여파는 컸다. 이날 소동을 계기로 이 마을에서 태고사에 불만을 갖고 있던 어느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었다. 태고사가 이곳 마을에 들어서면서 너무나 많은 외지인들이 드나드는 것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마을길을 일부 태고사 방문객들이 과속으로 달리면서 흙먼지를 많이 일으켰고, 또한 큰 행사가 수차례 열리면서 쓰레기와 주차 문제가 발생했던 것을 화재를 기화로 해서 시 당국에 투서를 보냈던 것이다.

태고사는 애초에 무량스님의 수행처로 지어진 곳으로 15-20명의 처소로 등록된 종교 시설이었다. 헌데, 태고사가 대형 행사를 여러 차례 치르고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등록된 수용 능력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게 되었고, 이것이 민원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태고사는 주민들과 시당국이 참여한 공청회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재허가 과정을 밟고 있으며 스프링클러 설치, 주차장 시설 보완, 장애인 접근 시설 및 비상구 설치를 마쳐 수용 인원과 관계 없이 집회를 가질 수 있는 임시 허가증을 받아 놓은 상태이다. 단, 태고사 방문객들은 동네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15마일 이내로 운전해 달라는 것이 주지 스님의 신신당부이다.

『왜 사는가』의 “공부냐 공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편에서 무량 스님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통화를 마치고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낯설고 피곤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모든 번뇌를 여의고 중생을 돕기 위해 출가한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피곤한 얼굴을 하고 살아왔던가.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화재가 날 무렵 무량 스님의 마음 상태는 이런 것이었다.

현 태고사 주지인 혜안 스님은 당시의 무량 스님을 이렇게 설명한다. “화재는 무량스님의 출가 목적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여러 큰스님들도 무량 스님을 염려하여 다시 공부할 것을 권유했고, 개인적으로 무량 스님도 그 부분에 갈등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해서, 그 사건을 기화로 무량 스님은 재발심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수행에만 전념하시게 된 것입니다.” 무량스님은 제한된 극소수의 지인을 제외한 누구와도 연락을 두절하고 하와이 모처에 토굴을 마련하여 공부에만 전념하고 계신다.

2005년 11월 무량스님이 떠난 후 태고사는 2009년 11월까지 4년간 주지 소임을 맡았던 원율 스님을 거쳐 2009년 12월 새로운 주지로 혜안 스님을 맞이했다. 서각으로 유명한 혜안 스님은 1999년 총무원 기획국장으로 재직시 무량 스님의 활동을 알게 된 후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무량 스님을 도와 태고사의 모든 현판을 직접 조성하였으며 단청 및 기와 불사를 직접 감독하였고 기공식, 점안식, 낙성식 등 주요 행사에서 사회와 축사를 맡아 하셨던, 무량 스님과는 형제처럼 가까운 도반이다. 현재 태고사는 여전히 무량 스님이 법률적 최고 책임자로 남아 있으며 주지 혜안 스님에게 재량권을 전폭적으로 위임한 가운데 긴밀하게 의논해 가며 사찰 운영을 해 가고 있다.

현재 태고사는 두 분의 스님과 두 분의 자원봉사자들이 하루 세 번 예불을 올리며 정상적으로 운영 되고 있다. 매주 열리는 일요법회도 무량 스님이 계실 때처럼 똑같이 진행 되고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태고사에서 일주일간 머물 수 있었는데, 평일에도 꾸준히 참배객들이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최근에는 새 주지 스님의 취임에 즈음하여 지역 신문들이 일제히 태고사의 동정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태고사는 현재 지극히 정상적으로 운영 되고 있다.

태고사가 많은 소문의 진원이 되었던 것은 어쩌면 태고사가 애초의 의도와 달리 너무나 유명한 사찰이 되었고 너무나 많은 분들이 태고사를 찾았던 까닭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태고사에 대해 짓는 우리의 구업이 양해 되거나 소멸 되는 것은 아니다.

없는 말을 만들어 구업을 짓는 일은 “망어중죄”에 해당한다. 또한 망어는 좋은 의도로 행해지는 일은 없으므로 “악구중죄”에도 해당하며, 거기에는 반드시 삿된 견해가 덧붙여지기 마련이므로 “치암중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가 함께 가꿔 가야 할 태고사에 대하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중죄”에 해당하는 구업을 짓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며, 더 이상의 구업을 예방하기 위하여 이 글을 부처님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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